법원 "정수기 엔지니어, 근로자 아냐"··· 퇴직금 지급 부정해
- 판결
- 2019. 5. 26. 01:09
청호나이스와 서비스용역 위탁계약을 체결한 '엔지니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재판장 박성인)는 지난 4월 26일, 정수기 엔지니어 고 모씨 24명이 청호나이스 주식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퇴직금 청구의 소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고 씨 등은 청호나이스와 서비스용역 위탁계약을 맺고 정수기 배달, 설치, A/S용역(A/S 등 용역)과 판매용역 업무를 수행한 엔지니어들이다. 'A/S 등 용역' 업무는 고객이 콜센터에 제품 설치 등을 의뢰하면 해당 지역 담당 엔지니어가 지정되고, 엔지니어가 자동으로 고객 주소나 방문희망일 등 정보를 전송받아 직접 고객과 연락을 취해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해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판매 용역 업무는 엔지니어들이 직접 판로를 개척하고 체결된 계약만큼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는 구조다.
엔지니어는 두 업무 중 선택에 따라 자율적으로 비중을 둘 수 있었다. 이들은 수수료 규정에 따라 기본급 없이 업무 항목별로 수수료를 지급받는 형식으로 보수를 지급 받았다.
엔지니어들은 비록 서비스용역 위탁계약 형식으로 청호나이스와 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으므로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청호나이스가 엔지니어 채용 시 이 사건 서비스용역 위탁계약서 외에 서약서도 작성하게 하고, 10대 행동강령 등의 지침을 내렸고, PDA를 통한 업무 배정을 한 것도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다는 지표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엔지니어 채용 절차를 회사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어 회사가 채용에 적극 관여했고, 오전에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 점검 회의를 하는 등 출퇴근도 회사가 관리했다"며 "회사가 엔지니어를 상대로 제공하는 교육도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는 등 강제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자신들을 청호나이스의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서약서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으로 보기 어려우며, 위탁계약 해지사유도 해고가 아닌 채무불이행 사유에 불과"하다며 "전산망을 통한 업무 배정도 불가피한 정보 전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엔지니어 채용도 SM(선임엔지니어)이 자기 비용으로 면접을 직접 진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 홈페이지 채용 절차 안내는 단순한 안내에 불과"하다며 "회사 교육 역시 서비스품질을 고르게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라 위탁계약의 성질에 반하지 않고 불참을 이유로 불이익을 줬다는 사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엔지니어들이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수수료를 지급받았고, 실적에 따라 매월 큰 편차를 보여 근로 자체에 대한 보수라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엔지니어들이 업무와 병행해 커피전문점 등을 운영한 점, 고객이 직접 엔지니어에게 A/S를 접수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엔지니어들이 회사에 전속돼 있는 관계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결국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종합해 "자신의 계산으로 위탁계약에 따른 용역 업무를 수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엔지니어와 회사의 종속적 근로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회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청호나이스 엔지니어들은 지난 2016년 동부지방법원, 북부지방법원에 청구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도 패소한 바 있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청호나이스 설치기사들의 근로자성과 관련해 다른 하급심 단독사건에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서울중앙지법 노동전담재판부에서 부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기사로부터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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